독서

<숨결이 바람 될 때> 책 리뷰

이나0 2022. 6. 10. 19:09

숨결이 바람 될 때 - 폴 칼라니티

 

고등학교 때부터 읽어보고 싶었던 책이었다. '숨결이 바람 될 때'라는 책의 제목만 읽었을 때는 문학적 감성이 풍부한 보통 서적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줄거리를 읽어보니 죽음을 앞둔 의사에 대한 이야기라니... 죽음을 숨결이 바람 때라고 표현하다니... 그 괴리감과 신선함이 나에게 흥미를 불러일으켰었다. 하지만 원하는 책을 다 읽어볼 수는 없었던 시절이라 드디어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 왜 밀리의 서재에는 없는지... 덕분에 이번 달은 리디 셀렉트를 결제하고 말았다.

오랜만에 읽어보는 정말 따뜻한 책이었다. 그의 목표라던 그의 인생의 굴곡을 독자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잠시나마 느끼는 것을 충분히 달성한 것 같다.

"그냥 충분히 비극적이고,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 일이지. 독자들은 잠깐 내 입장이 되어보고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거야. '그런 처지가 되면 이런 기분이구나.... 조만간 나도 저런 입장이 되겠지.' 내 목표는 바로 그 정도라고 생각해."

 

처음 시작하면서부터 그는 자신의 결혼생활과 건강에 문제가 있음을 밝히므로 그 긴장감을 조성한다. 그리고 다시 자신의 유년시절로 돌아가 고등학교 생활, 대학 생활, 의대 생활과 다시 레지던트 생활까지 훑고 지나오는데 이야기를 하면서 그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는 것뿐만 아니라 그가 이 책에서 주로 다루고 싶었던 죽음과 그의 무게, 그리고 현재의 삶과 같은 철학적인 문제에 깊이 들어가지 않으면서 충분히 울림이 있을 만큼 독자들에게 전한다.

 

이러한 그의 과거를 훑고 지나오면서 나는 점점 그가 암에서 나을 수 있다는 희망을 걸기 시작했다. 마냥 진짜 이대로 그의 삶이 끝나버리게 된다면 너무 비극적인 것 아닌가 (이 책을 읽기 전 나는 작가에 대한 정보를 일도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생각이었다). 비록 시작할 때 그가 자신의 암의 심각성을 알렸지만 나는 계속 읽으면서 희망을 놓을 수 없었다. 치료할 수 있겠지 라면서 읽다가 치료의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나는 마음속으로 박수를 쳐줄 수밖에 없었다. 그는 치료기간 동안 끊임없이 자신이 누군가임을 돌아봤고 어떻게 살아가야 될지 고민했다. 그의 노력과 삶에 대한 방향을 응원해 주고 싶었고 그에 대한 보상을 볼 수 있었으면 했다. 그는 그렇게 레지던트를 잘 마무리하려고 했으나 다시 암이 재발되었고 그렇게 나의 희망은 다시 한번 곤두박질쳤다.

 

"모든 사람이 유한성에 굴복한다. 이런 과거 완료 상태에 도달한 건 나뿐만이 아니리라. 대부분의 야망은 성취 되거나 버려졌다. 어느 쪽이든 그 야망은 과거의 것이다. 미래는 이제 인생의 목표를 향해 놓인 사다리가 아니라 끊임없이 지속되는 현재가 되어버렸다. 돈, 지위, <전도서>의 설교자가 설명한 그 모든 허영이 시시해 보인다. 바람을 좇는 것과 같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런 유한성에도 불구하고 그가 삶을 포기하지 않고 해보고 싶었던 것들을 찾아 나가 실행하고 미래를 빼앗기지 않을 거라고 말을 하는 것을 보면서 사람들의 삶 앞에 어떠한 장애물이 있든 끝까지 걸어가라는 것을 몸소 보여준 듯하다.그리고 나라면 결코 희망적일 수 없을 것 같은 상황에서 자신의 딸이라는 희망을 찾고 이를 위해 살아가는 그가 참 강하다고 생각 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도 처음부터 그럴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의 옆에는 그가 삶을 잃지 않도록 서포트를 해주고 그 길을 찾게 도와주는 의사가 있었다. 위태로웠던 그의 부부관계는 서로의 현재만을 생각하도록 노력하며 어느 때보다 더 애틋해질 수 있었다. 이러한 사람들을 곁에 두면서 그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그와 동시에 의사로 더 자신을 다시 돌아볼 수 있었다고 한다.

 

"의사의 의무는 죽음을 늦추거나 환자에게 예전의 삶을 돌려주는 것이 아니라 삶이 무너져버린 환자와 그 가족을 가슴에 품고 그들이 다시 일어나 자신들이 처한 실존적 상황을 마주 보고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돕는 것이다."

 

에마라는 의사가 바로 이랬다. 그녀는 결국 그가 길을 찾아 레지던트 생활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던 것 같다. 그녀를 보면서 의사가 환자의 삶을 치료해야 된다는 뜻을 비로써 이해할 수 있었다. 여태껏 나는 의사가 죽음의 위기에 처한 환자들을 살려내는 역할이 가장 클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서전들이 멋져 보였고 대단해 보였다. 하지만 모든 의사들이 환자들을 죽음으로부터 끌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의사는 환자들 옆을 지키는 역할의 중요성을 느낄 수 있었다.

 

이로 인해 그는 자신의 삶을 놓지 않으면서 의사와 문학에 대한 자신의 정체성도 끝까지 놓지 않았다. 그는 끊임없이 삶의 의미에 대면하면서 의사와 문학가로서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했고 결국 그 결과물인 이 책을 집필했다. 그는 죽음에 용감했다.

 

이 글에는 차마 넣지 못한 좋은 문구들을 잊지 않도록 아래 정리해 놓았다.

 

"뇌의 규칙을 가장 명쾌하게 제시하는 것은 신경과학이지만 우리의 정신적인 삶을 가장 잘 설명해 주는 것은 문학."
"길은, 책에 나오지 않는 답을 찾고 전혀 다른 종류의 숭고함을 발견하며, 고통받는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육체의 쇠락과 죽음 앞에서도 인간의 삶을 의미 있게 만들어 주는 것은 무엇인가 하는 문제를 계속 고민할 수 있는 기회였다."
"희망이라는 단어가... 확신과 소망을 결합한 의미를 지나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소망하는 것(삶)과 확신하는 것(죽음)은 달랐다. 그렇다면 내가 말하는 희망의 진짜 의미는 '헛된 소망을 위한 여지를 남겨두는 것'이었을까? 그건 아니었다."
"의사로 지낸 짧은 시간 동안 도덕적으로 나아지기는커녕 퇴보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톨스토이가 묘사한 정형화된 이미지의 의사, 무의미한 형식주의에 사로잡혀 기계적으로 질병을 치료하는 의사로 변해가고 있는 게 아닐까 두려웠다. 그리고 더 중요한 인간적인 의미를 완전히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두려웠다."
"그렇게 함으로써 삶의 의미와 대면하려 했다. 우리는 사람의 생사가 걸린 일을 책임져야 하는 힘겨운 멍에를 졌다. 우리 환자의 삶과 정체성은 우리 손에 달렸을지 몰라도, 늘 승리하는 건 죽음이다. 설혹 당신이 완벽하더라도 세상은 그렇지 않다. 이에 대처하는 비법은 상황이 불리하여 패배가 확실하다는 걸 알면서도, 우리의 판단이 잘못될 수도 있다는 걸 알면서도 환자를 위해 끝까지 싸우는 것이다. 우리는 결코 완벽에 도달할 수는 없지만, 거리가 한없이 0에 가까워지는 점근선처럼 우리가 완벽을 향해 끝없이 다가가고 있다는 것은 믿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