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순 없어> 책 리뷰

이나0 2022. 6. 11. 23:52

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순 없어 - 정세랑

특별한 것 같지만 아무도 특별하지 않다. 비슷한 환경에서 비슷한 교육을 받고 비슷한 공동체에 속하면 비슷해진다. 그런 패턴을 확인할 때 스스로가 작아지기도 하지만, 이상하게 마음이 편해지기도 한다. -p. 28
생뚱맞은 소원인 줄 알았는데 오래 품고 마음을 기울이고 있으면 가닿고 싶은 대상 쪽에도 신호가 가나 보다. 다른 영역의 아티스트들을 사랑한다. 책은 남의 책, 예술도 남의 예술이 최고.... 생산자인 것도 좋지만 향유자일 때 백배 행복하다. 향유라는 단어 자체가 입 안에서 향기롭다. -p.39
뭔가 힘든 일을 만나 마음이 꺾였을 때 좋아할 만한 대상을 찾으려고 하면 이미 늦은 감이 있다. 괜찮은 날들에 잔뜩 만들어 두고 나쁜 날들에 꺼내 쓰는 쪽이 낫지 않나 한다. -p.41
관광지는 좋아, 유명한 곳은 좋아.... 얄팍하고 완벽하게 행복했다. -p.91
왜 안정적인 삶을 버리고 불안정한 경로를 굳이 선택한 걸까, 선택하면서도 명확하지 않았던 동기를 그제야 이해하게 되었다. "나는 나의 최대 가능성을 원해." p.123
다시 한번 고유의 표지가 있는 작가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하게 되는 경험이었다. 손톱만 하게 보여도 아우라를 뿜어낸다는 뜻이니 말이다. p.147
가장 좋아하는 작가 중의 한 사람인 어슐러 르 권은 '안다'라고 말해야 할 자리에 '믿는다'는 말이 끼어드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반복해서 말했고, 이에 깊이 동의한다. 과학의 자리에 과학이 아닌 것이 들어와서는 곤란하다. - p. 161
기회가 닿아 돌아간다 해도 그 자리에 섰을 때 변한 것들, 잃은 것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슬픔일까 겁이 난다는 게 더 솔직한 고백일 수 있겠다. p.262

 


1. 작가의 따뜻함으로 힐링이 된다, 라고 이 책을 읽으면서 느꼈다. 많진 않지만 소소하게 여행을 다녔던 그녀의 기록들. 그런 기록들을 읽으면서 나도 하루빨리 여행을 떠나고 싶다.

 

2. 만약 정세랑 작가의 팬이 아니여도 그녀의 책을 읽어본 적이 있다면 그녀의 책들에 대한 비하인드에 대해 들을 수 있으니 거기서 소소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이런 것이 바로 소설 작가들의 에세이를 읽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소설에서나 볼 수 있는 그들의 아름다운 표현들을 에세이에서도 발견할 수 있으니 느낌이 색다르다.

 

3. 하지만 다른 여행 에세이만큼 울림이 있나? 그건 또 아니다. 이 책은 깊이 생각하면서 읽기보다는 가볍게 그녀의 발자국을 따라가기 위한 책인 것 같다.

 

4. 얄팍한 감정과 깊은 감정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우리는 스스로 그것을 재단하고 얄팍한 감정은 가볍고 쓸모없고, 깊은 감정은 무겁고 울림 있는 감정이라고 생각하지만 과연 그럴까. 얄팍한 감정도 순간의 감정을 불러올만한 깊은 감정인 것이 아닐까. 사실 이건 감정이라는 건 무엇인가로 귀속된다. 사람이라는 건 역시 참 어려운 존재이다. 

 

5. 읽고 나면 정세랑 작가가 왜 제목을 '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순 없어'라고 지었는지 알겠지만, 읽기 전에는 환경에 대한 에세이인가 착각할 수 있다. 여행 에세이니 참고하여 읽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