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책은 그의 동료 의사들이 돌아가신 안수현 의사를 위해 그의 들과 삶을 기록해 놓은 것이다. 이 분은 신앙심이 엄청나게 깊으신 분이다. 평생 종교를 가져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새롭기도 하고 완벽히 이해하지 못하겠는 장면들도 몇몇 있었는데, 궁극적으로 그가 '바보 의사'라고 불리는 모든 행동들이 종교에 대한 믿음에서 우러러 나온다는 것이 너무나도 인상 깊었다. 종교의 영향력을 확인한 느낌...
"그리스도인을 혈관에 비해 그리스도인을 통해 흐르는 하나님의 능력과 은혜가 그로 하여금 어떤 일을 할 수 있게 한다. 더 많이 나누고 베풀수록 그 '혈관'을 통해 더 많은 피가 흘러, 혈관은 더 튼튼해지고 커져서 더 많은 생명의 피를 흐르게 할 수 있다."
종교에 관련해 제일 인상 깊었던 문구이다. 더 많이 베풀고 도와줄 수록 더 많은 사람들을 살리고 도와줄 수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는데 이를 의사로서 사람의 신체에 비유해서 쓴 게 너무 좋고 와닿았다. 이 외에도 의사로서 그의 사명감을 보여준 좋은 문구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의사란 환자와의 깊은 대화를 통해 진정한 만남의 번쩍임을 경험해야 하고, 그 신성한 빛 가운데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임재하심이 있다는..."
"휼륭한 의사는 병을 치료하지만, 위대한 의사는 환자를 치료한다."
비록 그도 다른 인용문들을 가져오긴 했지만 항상 처음은 의사로 시작했다가 마지막은 그의 신앙심으로 끝난다는 것이,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독실한지 궁금하게 만들었다. 나는 무언가를 그렇게 깊이 믿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요즘 보고있는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유연석 역을 저절로 떠오르게 했다. 유연석 역할의 모티브가 되지 않으셨을까...
그는 정말 환자들의 상처만 치료하는 것이 아닌 삶 자체를 치유하도록 노력한다는 것이 이 책의 곳곳 사례들에서 보였다. 하지만 종교가 없이는 그처럼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없는 것인가? 곰곰이 생각하다가 그 처럼 존경받는 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꼭 신앙심은 아니지만 뚜렷한 가치관이 있어야 하겠다는 생각을 심어주었다. 내 삶의 방향이 되어줄 어떠한 가치관들을 말이다.
이 책의 앞부분은 의사로써의 안수현을 많이 녹여내기 때문에 의사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읽어보면 자신이 되고 싶은 의사상을 천천히 구축하게 도와줄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뒷부분은 사람 안수현의 생활 또한 녹여있었기 때문에, 나는 개인적으로 뒷부분이 앞부분보다 읽기 힘들었다. 그의 다양한 관심사를 보여주기 위해 클래식 같은 - 내가 무지하고 크게 관심 없는 부분... - 그의 글을 읽을 때면 그냥 넘기고 싶었다.
+) 리서치 나중에 더 해야겠다...
책의 앞부분에서 2000년때 의사들의 파업했던 시절도 간략하게 다뤘었는데 궁금에서 좀 더 찾아봤다. 알고 보니 2014년에도 파업이 이루어졌었다는데, 이때는 의료 영리화와 원격의료가 주 문제가 되었다고 한다. 2000년 때의 의사 파업의 주원인을 의약분업과 '선 보안, 후 실시'라는 체계라고 책에서는 서술했다.
"건강보험이 관리하는 의료행위의 영역이 확장되는 수준과 비례해 의사들이 가지는 자율권의 폭은 줄어들었다. 어느새 안보나 교육만큼 의료도 사회안전망의 필수 요소로 인식되는 시대에서 일하게 된 의사들도 공동선을 위한 국가 개입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의료혜택의 확대가 정치적 선심의 대상으로 변질되면서 자율권의 침해가 도를 넘었다."
"1977년 우리나라에 의료 보험이 본격적으로 도입된 이후, 필수의료일수록 수가를 원가 이하로 묶에 생색은 정부가 내고, 그로 인해 파생하는 문제는 의사의 책임으로 돌리는 제도를 40년 가까이 지속하고 있다."
위에 인용구가 현재 상황을 제일 잘 드러내고 있는 것 같다. 이를 통해서 요즘 외과 기피 현상이 생겨났다고 볼 수 있다고 한다. 의료수가 때문에 의사들은 그 힘든 수술들에 대한 완만한 보상은 받지 못하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미국처럼 돈이 없어서 치료를 받지 못한다는 것도 슬프니... 참 어려운 문제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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